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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TV

드라마 펀치 '굳어진 머리에 날리는 시원한 주먹'

부엉 집사 2015. 2. 23. 23:03


하숙집을 운영하시는 어머니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갖가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웬만해서 TV 프로그램에는 정신을 뺏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지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틀어져 있을땐 나도 모르게 멈춰서서 입을 헤 벌리고 보고 있게된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펀치'도 그렇게 얼떨결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다. 1화부터 차근차근 본게 아니라 중간 어디쯤 부터 시작해, 못 본 부분은 어머니의 부연 설명과 함께 퍼즐을 맞추듯 봤다.


정치 드라마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가족들끼리 도란도란 앉아 수다를 떨며 뭔가를 보는 건 꽤 유익한 일 같다. 드라마가 재미없는 경우에는 별로 그럴 일이 없지만 펀치처럼 흥미있는 드라마는 가족간의 유대감(?)도 더욱 공고히 해준다.








법과 정치,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는 그 전에도 많이 있었고,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 질텐데, 펀치 정도면 적당한 기준선이 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빠른 진행이 좋았다. 드라마는 장르 불문하고 지루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게 보통인데, 펀치는 쉴 새 없이 몰아친다.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3~4회는 너끈히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초심을 유지하는 게 퍽이나 힘들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드라마 펀치가 '정의는 승리한다' 라는 식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정말로 옳다고 여겨지는 가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역시 담고있다.


'과연 정의를 위해서라면 악을 행하는 것이 용납 되는가' 하는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들고나온 이 드라마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악행을 저지르는 악역은 원래 악한인 경우가 있고, 악하게 변해가는 경우가 있는데, 펀치에서는 선의를 가진 이가 악하게 변하가는 모습을 자연스레 묘사한 게 포인트 였던것 같다. 권력과 명예, 돈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말로만 아는 것과 정말로 아는 것의 차이. 요즘들어 이와같이 애매한 문제들에 관한 생각을 자주 한다. 드라마 펀치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30년 넘게 세상을 살아오다 보니 이제는 세상살이를 좀 아는 것도 같은데, 풀리지 않는 문제들은 여전히 미지수인 채로 먼지쌓인 박스 안에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런 문제들은 또,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나 네 살배기 조카가 손쉽게 풀어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나이를 먹어가며 너무 쉬운 문제들을 어렵게 만드는 능력을 습득해 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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