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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밥상 하숙집: 차가운 봄바람엔 잔치국수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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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밥상 하숙집: 차가운 봄바람엔 잔치국수를

부엉 집사 2017. 4. 12. 22:29

  하숙집을 시작하기 전, 잔치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식당을 운영하던 때가 있었다. 만두국, 잔치국수를 팔았다. 식당으로 위치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단골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손님 중에는 음식을 만드는 사장님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간혹 있었는데, 보통 이렇게 묻곤 했다. "어디 분이세요? 음식 맛이 참 깔끔해요."


  집을 나서는데 바람이 차가웠다. 그제만 해도 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바람이 따스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두께가 있는 블루종 재킷을 걸쳤는데도 그 사이로 바람이 비집고 들어왔다. 잰걸음으로 걸어가며 블루종 지퍼를 목까지 추켰다.


  하숙집 마당에 도착했는데 목련 잎이 다 지고 푸른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바람은 목련과 내 적이 분명했다.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며 입구에 들어서는데 문틈 사이로 재잘거리는 소리와 맛있는 냄새가 새어나왔다. 나를 본 어머니는 방금 그릇에 잔치국수를 담아 놓았다고 얼른 먹으라고 권했다. 마침 잘 왔다고.






  찬바람이 불어서인지 따끈한 국물이 반가웠다. 잔치국수를 차분히 담은 그릇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면을 후루룩 먹고, 국물을 마셨다. 국수 한 그릇이 뚝딱이었다. "한 그릇 더!" 내가 말했다. 태민이도 이미 두 그릇째라고 했다. 어머니는 이렇게 날씨와 어울리게 음식을 차리는 때가 많다. 아니면 날씨가 어머니의 음식을 돕는걸까.


  찬바람과 잔치국수의 따끈한 국물은 이따금 나를 식당 만두피 밀던 그 시절로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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