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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밥상 하숙집, KBS2 <하숙집 딸들>에 출연하다!

부엉 집사 2017. 3. 22. 21:55

평온한 날들이 계속되다 조금은 우울하던 어느 날 밤,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집 TV 출연한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나는 평소 TV를 즐겨보진 않아서 <하숙집 딸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잘 몰랐다. 그래서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이미숙, 박시연, 이다해, 윤소이, 장신영... 헉. 죄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들이었다. 그때부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며칠 뒤부터 작가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원래 하숙집 딸들 콘셉트는 엄마 이미숙, 삼촌 이수근, 첫째 딸 박시연, 둘째 이다해... 가 출연해 그들끼리 판을 짜고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이었는데 우리집 촬영을 기점으로 콘셉트를 바꿀 예정이라고 했다.






하숙생들 인터뷰가 이어졌다. 방송에는 관심이 없다던 아이도 있고, 그저 방송일이 기다려진다는 아이도 있었다. 몇 사람은 출연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는 우려와는 다르게 전원 출연이 확정되었다. 짜식들. 요즘 애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때는 그저 수줍었는데.


하루하루 촬영 날이 다가오면서 방송에 관해서 딱히 말은 안 했지만, 하숙생 모두 기대에 부푼 눈치였다. 삼삼오오 모여 촬영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들이 더 재미있는 하숙집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전날. 막상 나는 출연하지 않지만, 내가 출연하는 것처럼 긴장되는 날이었다. 스태프들은 전날 밤부터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저기 카메라를 설치하고,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고대하던 촬영 당일. 기대하는 마음 때문에 잠을 설친 나는 조금 늦게 집에 도착했는데, 촬영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이미 도착해서 아이들과 시끌벅적 떠들고 있었다. 모르는 얼굴도 많고, 카메라가 설치된 모습, 그리고 조명. 꼭 남의 집에 놀러 온 손님 같은 기분이 들었다. 2층에서 배우들과 아이들이 차례로 내려왔다.


식사시간을 놓친 배우들은 식사를 시작했다. 먼저 배우 이미숙, 이수근, 박시연이 식탁에 앉았다. 태민이와 함께 외출하려던 이다해도 식탁에 앉았다. "왜 나만 빼놓고 먹어~"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모습이 그들도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 없었다.






어머니가 방송 출연을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살면서 배우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하는 일이 얼마나 될까. 아이들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얼굴의 옅은 홍조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촬영 당일만큼은 촬영팀이 집 주인이었다. 어머니도 흔쾌히 그들에게 주인 자리를 양보했다. 집 안팎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막상 화면에 나오는 것은 몇몇 배우들과 아이들이지만, 한 시간 분량의 방송을 위해서는 수십 명이 종일 뛰어다녀야 했다.






해가 지고, 하나둘 카메라 조명도 꺼졌다. 배우들은 여기저기서 같이 사진 찍자는 주문에 바빴다. 배우 박시연이 첫사랑을 닮았다던 아들의 얼토당토않은 말을 기억하고 있던 어머니가 "박시연 씨! 우리 아들이랑 사진 하나만 찍어줘요!" 하며 여배우 팔을 잡아끌었다. 조금 창피했지만 못 이기는 척 사진을 찍었다. 어찌나 떨리던지.






촬영을 마치고, 뒷정리까지 도와주고 촬영팀은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벌써 그들이 있던 자리가 허전했다. 나와 우리 하숙집 아이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방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하숙집은 조용했다. 다들 애써 아쉬움을 감추긴 했지만,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던 집이 조금 썰렁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는 밤이 늦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KBS2 <하숙집 딸들>이 콘셉트를 바꾸면서 2017. 3. 21일에는 결방하고 3. 28일에 우리집 촬영분이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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