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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밥상 하숙집: 아침 공지 - 오늘 저녁 아구찜!

부엉 집사 2017. 4. 18. 02:01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오늘은 폭신한 플리스를 입었다. 오전 내 비가 내린 것 치고 날씨가 그리 차진 않았다.


저녁식사 시간. 좀처럼 보기 힘든 수현이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웬일?" 내가 물었다. 






오늘 저녁 메뉴가 아구찜이라서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수현이가 말했다. 한밥상 하숙집은 단체 채팅방이 따로 있어서 오늘처럼 특별한 메뉴를 하는 날에는 미리미리 공지한다.


보통 아구찜 집에서 3~4인분짜리 하나를 주문하면 아귀가 1.5Kg쯤 들어간다고 하는데, 많이 주는 집이라야 아귀를 2Kg 정도 넣는다고 한다. 다들 아구찜 먹으러 가서 눈치보던 기억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어머니는 아귀 10Kg을 주문해서 그 절반, 5Kg을 한 끼 식사로 준비했다. "마음껏 먹어라!"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침에 미리 공지한 탓인지 식탁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식구들이 몰렸다.






"이모, 너무 매워요." 한 아이가 입을 호호 불며 말한다.

"아구찜은 좀 매워야지." 어머니가 대답한다.


매운 음식을 원체 잘먹는 나도 매웠다. 아버지는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아, 개운하다." 말하신다. 아귀의 통통한 살과 살짝 데친 채소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는 밥도 볶았다. 맨밥을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더 들어갈 자리가 없었지만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볶음밥의 유혹을 견딜 수가 없었다. 다들 그랬으리라.


과식, 다들 과식. 요즘은 봄바람이 솔솔 불어서 그런지 밥을 많이 먹으면 졸리다. 저녁 설거지 담당인 나는 감기는 눈을 치켜뜨며 그릇을 닦았다.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누나도 저녁메뉴가 아구찜이라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퇴근했다. 오랜만에 우리 가족 모두가 한 식탁에 앉아 잠깐이나마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은 가족을 한 식탁에 불러모으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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