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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영화

민우씨 오는 날 '가슴이 저미네요...'

부엉 집사 2015. 2. 9. 06:57


몇 편의 영화 리뷰들을 써 오며, 영화의 핵심내용 보다는 대략적인 영화의 윤곽과 나의 생각을 더해 쓰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 번 영화 만큼은 의도치 않게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된 듯 하다.








남과 북이 갈리며 억지로 헤어진 이산가족의 수는 1000만. 현재에는 오랜 시간이 흐른탓에 7만 밖에는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산가족.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내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였다. 그런데 오늘 본 영화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아들 딸이자 후손이다.


요즘들어 자주 들었던 생각이 내 삶만 앞 세우기 보다는 '우리'의 삶을 두루 살펴보면 어떤가 하는 것이었는데,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를 만나 반가웠다.








주인공 연희(문채원)는 매일매일 민우를 기다린다.


얼마전만 해도 나 이외의 다른 어떤 요소도 궁극적인 삶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우선은 내가 있고, 그 위에 다른 것들을 덧칠해 나가는 것이 인생이라 여겼다. 그런데 영화 속 연희는 민우를 위해 살아간다. 그 시간 속에 멈추어 살아간다.








무작정 기다리는 일 만이 민우를 위하는 길은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연희는 민우를 위해 숭어국을 끓이고 따뜻한 밥을 짓는데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간다. 민우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멈춰버린 연희의 시간. 감독은 '남북의 한'이 연희를 기다림의 시간 속에 가두었다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 중간중간 연희가 기다린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 나온다.


30분. 짧은 영화였지만, 가슴이 저며오는 것을 느꼈다. 빵을 물고 간단한 볼거리를 찾던 중 찾은 영화였는데... 너무 심오했다. 젠장맞을.


누군가 연희와 같은 상황을 겪게 된다면 말해주고 싶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 또한 누군가를 위한 일이 될 수 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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