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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아버지의 얼굴을 가까이 보게 해 준 소설'

부엉 집사 2015. 3. 5. 17:27



저자 : 위화

출판사 : 푸른숲

장르 : 소설

출간 : 201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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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정우가 영화로 제작한 허삼관 매혈기는 원래 중국의 소설가 위화의 작품이다.


영화는 보지 않았다. 소설을 워낙 재미있게 읽기도 했지만, 소설로 본 이야기를 영화로 보는 것이 나와는 잘 맞지 않아서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 된 일인데, 소설을 잘 옮겨놓은 영화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많다.


소설을 영상으로 잘 옮겨놓은 영화도 크게 나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결론, 소설이나 영화 둘 중 하나만 보기로 했다. 혹시나 둘 다 보게된다 해도 1년 쯤 사이를 두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허삼관 매혈기는 매우 익살스런 문체로 쓰여진, 평범한 한 남자의 좌충우돌 인생사에 관한 이야기다.


소년에서 부터 청년을 거쳐 아버지가 되고, 늙어가는.


저마다의 가치를 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중 한 남자의 인생을 들여다 본 이 소설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있다. 그 중 가장 인상깊게 내 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서른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 결혼은 하지 않은 터라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게를 잘 모른다. 대신에 우리 아버지에 관한 생각이 들었다.


무심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미웠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왜소해 지는 아버지의 체격 탓에 내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뇨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안 좋아진 신장 탓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장애 등급까지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그런 무거운 몸을 이끌며 자꾸만 무언가를 하려고 하신다.


나는 아버지의 그릇된 행동들을 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들의 말로는 아버지와 내가 닮았단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 당시에는 주위사람들의 말을 부정했었다. 그런데 현재로써는 그 말이 별로 기분나쁘지 않다.


아버지와 아들이 닮는것은 당연지사.


소설은 읽는 사람에게 하여금 매 번 다른 얼굴을 보여 주는데,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나에게 아버지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게 해줬다. 이제는 조금 여윈, 그렇지만 인자한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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