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은평구 숨은 맛집「네스토」녹번동 주민을 위한 맞춤 이자카야! 본문
해가 길어진 탓에 오후 다섯 시에도 대낮 같습니다. 네스토 대표님과 미팅을 잡은 시각이 오후 다섯 시였는데, 네스토는 오픈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오픈 시간이 여섯시라서 인터뷰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인터뷰어님과 함께 대표님들을 만나러 다니며 보통 인터뷰 시간을 한 시간쯤으로 책정했지만, 시간 맞춰 끝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왜냐, 사장님들 모두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형, 누나, 동생, 친구들이라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어요. 네스토 대표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네스토가 녹번동에 자리잡은지도 4년. 그동안 시행착오도 좀 있었지만, 대표님 표정이 무척 밝아서 나까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리가 재미있어서..." 라는 대표님.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래 보였습니다. 쉽게 우울해지는 성격인 나는 그저 부러운 마음.
미닫이문 감성. 크-
요기가 원래 다찌가 있던 자리
대표님은 흔히 다찌라고 부르는, 셰프와 마주하며 먹는 자리를 작년까지 유지하다가 동네 주민 손님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테이블로 바꿨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하며 얼굴에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매일 장보러 다니는 술집 사장님들이 얼마나 될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주문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제작한 수제 메뉴판
신나게 인터뷰를 하는 도중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손님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시간을 인지했습니다. 사적인 대화는 그만 접고, 주섬주섬 메뉴판을 주워 들고 메뉴에 관한 설명을 들었어요. 네스토는 연령대가 다양한 편이라서 나이 든 손님들을 위해 메뉴마다 사진을 넣었다고 합니다. 글씨만 넣은 메뉴판이 더 예쁘긴 하지만, 사실 메뉴판에 사진 없으면 불편하거든요. 나도 늙었나 봅니다... 콜록콜록-
@또 하나 놀라웠던 점은 네스토에 혼자 방문하는 손님을 위한 반값 메뉴. 어차피 요리를 하는데 양이 절반이라고 수고가 덜 들어가는 것은 아니거든요. 혼자서 네스토에 방문하는 손님은 모든 메뉴를 절반 가격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인드가 정말로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인드 아닌가 싶습니다!
대표님께 메뉴 설명도 꼼꼼히 듣고, 고심한 끝에 미니 사시미, 찹스테이크, 어향가지를 골랐습니다.
네스토의 기본 안주- 마파 연두부!
부담없는 가격의 미니 사시미인데도
비주얼 작렬!
보시는 바와 같이 살살 녹습니다
살치살로 구운 찹스테이크.
비주얼 만큼이나 맛도 좋았어요-
좀 놀라운 건 버터에 달달 볶은 야채였는데,
고기보다 야채가 먼저 동나는 초유의 사태가!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일행께서 마음대로
주문해버린 가지튀김, 어향가지
가지의 재해석이라고 할만큼 맛있었어요!
그런데... 닭고기가 섞여 있네요??
운전자를 위한 무알콜 하이볼!
일행이 어향가지를 시켰는데, 속으로 어향가지는 왜?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맛을 보고 나서는 곧장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향가지라는 메뉴는 정말이지 만드는 곳마다 맛이 천차만별 같습니다. 감탄하며 어향가지를 먹는데 느닷없이 육질이 씹혔어요. 의아한 마음에 메뉴판을 뒤져 보았는데 고기 얘기는 없었습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결국 대표님께 물었더니 "가지만 넣으면 심심할까봐... 닭 안심도 넣었어요-" 해맑은 표정으로 말하시더군요!
사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는 동네를 벗어나는 게 귀찮아 되도록 가까운 곳으로만 음식을 먹으러 다녔습니다.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생각되면 다시 그 가게로 갔어요. 여러 사람이 만나기에 편한 번화가는 약속 장소로는 좋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기에 적당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그전에도 했습니다만. 네스토를 계기로 번화가보다는 다른 동네들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