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한밥상 이야기 (27)
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식구들 모두가 환영하는 메뉴가 몇 있어요. 오늘 먹은 돼지고기 김치 콩나물밥도 그 중 하나였어요. 요즘 일부러 밥을 적게 먹고 있는데, 메뉴가 메뉴인 만큼 미리 과식을 다짐했습니다. 어머니는 돼지고기 김치 콩나물밥이 지겹다고 하십니다. 어머니가 자그맣던 시절, 지겹도록 먹은 기억 때문에. 일주일에 몇 번씩 먹었다고 해요. 그렇지만 말씀과는 다르게 어머니도 맛있게 드셨어요. 식탁에 둘러앉은 모두가 한 번씩은 더 일어나 밥통으로 가서 주걱을 들 정도로 맛있었어요. 돼지고기가 듬뿍! 츄릅!군침이... 양념장은 기호에 맞게! 밥 위에 김까지 솔솔 뿌리면 준비 완료! 평소 먹는 양보다 더 많이 펐는데도 한 번 더 먹었어요. 무척 배가 불렀지만, 이상하게 이 메뉴는 소화가 잘 되더군요. 좋아하는 음식이라 그런가 봐..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오늘은 폭신한 플리스를 입었다. 오전 내 비가 내린 것 치고 날씨가 그리 차진 않았다. 저녁식사 시간. 좀처럼 보기 힘든 수현이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웬일?" 내가 물었다. 오늘 저녁 메뉴가 아구찜이라서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수현이가 말했다. 한밥상 하숙집은 단체 채팅방이 따로 있어서 오늘처럼 특별한 메뉴를 하는 날에는 미리미리 공지한다. 보통 아구찜 집에서 3~4인분짜리 하나를 주문하면 아귀가 1.5Kg쯤 들어간다고 하는데, 많이 주는 집이라야 아귀를 2Kg 정도 넣는다고 한다. 다들 아구찜 먹으러 가서 눈치보던 기억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어머니는 아귀 10Kg을 주문해서 그 절반, 5Kg을 한 끼 식사로 준비했다. "마음껏 먹어라!"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숙집을 시작하기 전, 잔치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식당을 운영하던 때가 있었다. 만두국, 잔치국수를 팔았다. 식당으로 위치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단골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손님 중에는 음식을 만드는 사장님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간혹 있었는데, 보통 이렇게 묻곤 했다. "어디 분이세요? 음식 맛이 참 깔끔해요." 집을 나서는데 바람이 차가웠다. 그제만 해도 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바람이 따스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두께가 있는 블루종 재킷을 걸쳤는데도 그 사이로 바람이 비집고 들어왔다. 잰걸음으로 걸어가며 블루종 지퍼를 목까지 추켰다. 하숙집 마당에 도착했는데 목련 잎이 다 지고 푸른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바람은 목련과 내 적이 분명했다.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며 입구에 들어서는데 문틈 사이로 재잘거리..
바로 오늘, 3월 28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하숙집 딸들 예고편이 떴다!!! 배우 이미숙, 이수근, 박시연, 이다해, 박나래가 등장하는 . 이제는 진짜 리얼 하숙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전까지는 배우들이 나와 콘셉트만 잡고 놀았다면, 이제는 진짜 하숙집이다! 하숙집 하면 뭐니뭐니해도 집밥. 맛있는 밥도 먹고, 먹은만큼 일한다! 하숙집 이모님 대신에 요리도 해보고, 배우들과 한밥상 하숙생들이 하나되는 시간.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 놓치지 마세요~ 3월 28일 밤 11시 10분! 하숙집 딸들. 제목처럼 모든 하숙생의 로망이 되면 좋겠어요. 하핫!
평온한 날들이 계속되다 조금은 우울하던 어느 날 밤,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집 TV 출연한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나는 평소 TV를 즐겨보진 않아서 이라는 프로그램을 잘 몰랐다. 그래서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이미숙, 박시연, 이다해, 윤소이, 장신영... 헉. 죄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들이었다. 그때부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며칠 뒤부터 작가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원래 하숙집 딸들 콘셉트는 엄마 이미숙, 삼촌 이수근, 첫째 딸 박시연, 둘째 이다해... 가 출연해 그들끼리 판을 짜고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이었는데 우리집 촬영을 기점으로 콘셉트를 바꿀 예정이라고 했다. 하숙생들 인터뷰가 이어졌다. 방송에는 관심이 없다던 아이도 있고, 그저 방송일이 기다려진다는 아이도 있었다. 몇 사람은..
하숙집의 규모상, 한 달에 한 번은 코스트코에서 장을 봅니다. 모든 것이 벌크화 되어 있는 코스트코의 포장단위는 일반 가정에서는 과하지만 하숙집에서는 규모의 경제로 통하니까요. 그런 코스트코에 가서도 늘 사올까 말까 고민하는 품목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연어였어요. 한 덩어리에 보통 4만원 정도인데, 손질하기도 그렇고 해서 "아- 오늘은 연어를 배터지게 먹고 싶어." 라고 생각한 날도, 왠지 연어초밥을 두 개 사고 마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 하숙생인 S군이 여자친구와 함께 코스트코에 갔다가 거대연어를 한 팩 사왔어요. 이런 날에는 S야- 가 아니고, S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S님! 잘 먹을게요. 잘 먹어요, 우리. 굽신굽신~ " S님이 사온 연어를 두툼하고 큼직하게 썰어서 고추냉이와 샐러드, 취향별로..
삼시세끼-어촌편은 근래 드물게 우리 가족이 본방사수한 TV 프로그램이다. 회에 환장하는 남매와 해산물 요리를 뚝딱 해내는 엄마, 생선이 올라오면 늘 과식하는 아빠 구성의 가족이라서 인듯. 그렇게 삼시세끼-어촌편을 보고 난 어느 금요일 밤. 마침 홍합이 있어, 홍합 국물을 내서 끓인 . 간단한 레시피는 이렇습니다. 홍합을 깨끗하게 씻어 물을 듬뿍 넣고 삶아줍니다. 홍합을 건져내고 남은 물을 다시 팔팔 끓이는 동안, 아뜨거 아뜨거! 하면서 남은 식구들은 홍합을 깝니다. 요리사는 홍합 팔팔 끓인 물에 된장을 풀고 파를 송송 썰고 배추, 버섯 등 기타 부재료 준비합니다. 팔팔 끓인 홍합+된장물에 면 얇은 라면을 투하! 잠시 후 버섯과 배추도 함께 퐁당. 취향에 따라 계란도 넣어주세요. 면을 먼저 건진 후에 건더..
출출한 배를 움켜쥐고 부엌으로 향했다. 가만보자 먹을것이... 여의치 않았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보다못한 아지매 왈, "배고프니?" 나는 힘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그냥..." 내 목소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어머니는 주섬주섬 뭘 꺼내왔다. 이런... 개이득. 닭꼬치였다. 새벽에 하도 닭꼬치를 사다먹길래 직접 만들어 보았다고 하신다. 최근 야식 금지령이 떨어지는 통에 우울했는데,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던 하숙집아지매표 닭.꼬.치! 불금에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하숙집 아이들을 소환했다. "얘~들~아~ 오늘 야식은 닭꼬치다!""와아아~" 어딘가에서 군중의 함성소리가 들려 오는듯 했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어느새 착석. 우리는 순식간에 닭꼬치를 먹어 치우고 덤으로 스테이크도..
얼마 전, 한 달간의 어학연수를 위해 게스트하우스 손님이 한 명 왔다 갔었다. 스물 둘의 귀여운 여학생이었는데,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녀의 이름은 나루미. 나루미는 정이 많아 헤어질 때 많이 섭섭해 했었다. 보통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은 길면 일주일 정도 머물다 가는데, 나루미는 첫 장기투숙 고객 이었다.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과식하는 바람에 소화불량으로 고생하기도 했었던 나루미상. 간단하다고 해서 성의가 없진 않다!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는 보통 토스트, 샌드위치와 같은 간단한 아침식사만 제공되지만, 나루미는 처음부터 식사를 하는 조건으로 우리집에 머물기로 했다. 우리 어머니의 음식을 맛보는 것은 어쩌면 외국인들에게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어머니의 요리들..
하숙집을 운영하다 보면, 1년치를 일시불로 냈다가 갑자기 나간다는 아이도 있고, 들어온지 한달만에 나간다는 아이도 있다. 매년 학기초, 그러니까 12월에서 2월 까지가 하숙방 문의가 제일 많은 시기인데, 학기중에 방이 비면 하숙집측은 곤란해 지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이제는 비교적 멘탈이 강한 직장인들을 들이고 싶어하신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우리의 뜻대로 이루어 지는것은 아니지요. 결국 하숙생 구인광고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직장인들만 오세요!" 이럴수는 또 없는노릇 아닌가요. 크크큭. 하숙집에서 오랜시간 생활해 오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은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는가' 다. 그밖에 크고 작은 일들도 자주 일어나지만, 이렇다 할만큼 하숙생활을 좌지우지 하는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숙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