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정릉 피부관리실「홍은정 에스테틱」굳은 땅에 단비를 내리듯 본문
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험난한가 봅니다. 홍은정 대표님과의 미팅 당일, 날은 푹푹 찌고 하필 식중독 증상까지 있어서 엄청 고생했거든요. 게다가 길도 잘못 들어 30분이나 늦게 도착했습니다. 원장님이 미팅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주셨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훨씬 더 죄송할 뻔 했습니다...
인근 교회 주차장 전경
정말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날이라는 생각을 하며 샵을 들어서는 순간 아로마 비스무리한 향이 진하게 풍겨왔어요. 강한 향인데도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원장님.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도 편하게 대해 주셔서 관리 받기 전부터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여름이니 시원해졌다고 해야 하나.
휴게 공간
1:1 관리가 원칙이라서 도어락으로 고객을 보호!
어릴 때부터 옷에는 관심이 있어도 피부관리는 여자들이나 받는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니면 워낙 피부가 안 좋아서 포기하려는 핑계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날부로 그런 생각 아웃. 좀 오버하면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덜 받은 관심과 사랑을 마저 받고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내 또래 남자들은 나처럼 피부 관리에 무지한 사람이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내 주변은 그렇습니다.
초록이들
피부 관리도 관리였지만 홍은정 에스테틱의 인테리어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어요. 일단은 눈에 보이는 무엇이니까. 그동안 내 머릿속 피부관리실 이미지는 날씬한 금발의 외국 여자와 꽃그림이라서 홍은정 에스테틱의 인테리어는 좀 의외였습니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이런 아늑한 인테리어, 분위기 덕분에도 어느 정도는 긴장이 풀어진 것 같아요.
원장님이 내 피부를 보시더니 "마른 땅" 이라고...
피부에도 수분이 필요합니다!
침상에 누웠을 때는 얼굴 관리가 처음이라서 멋쩍기도 하고, 긴장 때문인지 말똥말똥했는데 관리가 시작되고는 노곤해서 졸음만 쏟아졌습니다. 메뉴에는 얼굴 관리라고 적혀있는데 얼굴 세안으로 시작해서 마사지는 물론 목, 어깨, 두피까지 두루두루 관리와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내가 관리를 받는 동안 인터뷰어님과 원장님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어요. 두 분은 말이 잘 통했는지, 중간중간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들이 나누는 전문적인(?) 대화의 절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원장님이 쓰는 재료가 좋다는 말 정도는 귀에 들어왔습니다.
관리를 마치고...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자기 관리가 필수인 것 같습니다. 사실 관리라고 하면 좀 딱딱하고 '자기애' 쯤이 딱 맞는 말 같습니다. 전문가의 손을 빌리긴 했지만, 정말로 자기애에 걸맞는 행위였던 것 같아 뿌듯했어요. 고맙습니다!
이날 얼굴 관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공교롭게도 죽마고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날도 더운데 친구가 일하는 업계는 몹시 바쁜 시기라 매일 야근을 하는 친구예요. 관리 받고 돌아오는 길에도 이 친구 생각이 잠깐 스쳤는데 참 기묘했습니다. 나는 내 친한 친구에게 이 날 겪은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