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정성 가득, 평창동 죽집 <죽이야기> in 글로리아 타운 본문
어렸을 때부터 죽을 좋아했어요. 딱히 아플 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없었달까요. 죽이며 떡, 수정과를 좋아하는 절 보고 엄마는 '할머니가 키우셔서 그렇다'고 하셨지만 그런 것 치고는 다른 것도 잘 먹으니 그냥 가리는 음식이 없는 것으로.
어쨌든 그런 저런 이유로 몸이 안 좋을 때는 꼭 죽을 챙겨먹습니다. 아플 땐 소화도 잘 안 되고 하니 위장에 부담이라도 좀 줄이고 싶은 이유도 있고, 따끈하고 부드러운 죽을 후후 불며 열심히 먹다보면 땀도 나고 뭔가 나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최근에는 딱히 먹을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평창동 <죽 이야기>로 향하는 발걸음에 기대감이 묻어 있었던 걸까요?
"약식동원" 그러니까 '음식이 약이다'라는 말이 크게 쓰여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만드시는지 알 것 같았어요. 사장님께서도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계셨구요.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를 쓰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가게를 여시기 전 오랜 기간 조리를 하셨고, 청와대에서도 일하신 경력이 있는 사장님이시라 그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죽 한 그릇에 담뿍 담아주십니다.
전복은 완도에서 직송으로 받으시고, 다른 재료들도 모두 농협을 통해서 구입하신대요. 건강한 재료를 쓰고 계시다는 자부심이 있으셨어요. 이런 운영이 가능한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메뉴와 레시피 정도만 제공하고 식자재나 운영은 모두 사장님 재량으로 두기 때문인데요. 사장님께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음식이 몸에 좋아야 손님들에게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값이 조금 비싸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려고 하신대요.
해삼이 제대로 들어간 누룽지탕. 재료가 다 부드러워서 너무 좋았어요.
죽을 좋아하지만, 오잉? 메뉴에 누룽지탕이 있어서 오복 누룽지탕을 주문해보았어요. 중국집에서 먹는 누룽지탕은 '료리'로 분류되는 통에 값도 비싸지만 아무래도 왠지 느끼한 맛이 있어서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 먹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렇지만 죽이야기에서라면 왠지 깔끔할 것 같아서 시켰는데 역시 담백해서 좋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해삼이 덩어리째 살아있어서 씹는 맛이 엄청 있었다는! 다른 데서 해삼 들어간 메뉴 먹으면 해삼이 약간 뭐랄까, 너무 작아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거나 한 조각으로 생색내는 느낌인데 <죽 이야기>는 건더기와 누룽지가 반반의 감각이랄까요. 몹시 맛있었습니다!
아늑하고 깨끗하게 정리된 실내.
전체 약 20석 내외라서, 가족모임이나 친목 모임을 하기에도 좋아요.
꿀팁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원하는 가격대에 맞는 식사로 모임공간 예약이 가능하다는 점! 일정 인원 이상이면 아예 다른 손님 없이 편안하게 모임을 하실 수도 있고, <죽 이야기> 메뉴뿐 아니라 다른 메뉴도 의논해서 차려주신다고 합니다. 이제 곧 연말이니, 가족모임을 이곳에서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심지어 어떤 모임에서는 방어회가 나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주말에도 문이 열려있어요. 게다가 죽 말고도 맛있는 메뉴가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