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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님 화이팅!

청담동 진흥아파트「심포니음악학원」잃어버린 기억 되찾기!

부엉 집사 2018. 11. 27. 21:27

피아노 학원에 다녀 보셨나요.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음악학원과 속셈학원은 필수 코스였어요. 친구들이 다니니까 당연히 나도 다닌다는 마음으로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반항심이 극에 치달아 학원을 땡땡이치고 말았어요. 처음 한 번이 어려워서 그렇지 두 번째부터는 쉽더군요.

그렇게 두 번에 한 번은 빼먹으며 일 년쯤 학원에 다닌 것 같은데, 내 진도는 바이엘 하 권이었습니다. 그렇게 내 피아노 인생이 끝난 줄로만 알았어요.


10년 뒤, 군대에서 사고를 당해 국군수도통합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지경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몸이 회복됨에 따라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같은 병동에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가 음악을 하는 친구였습니다. 영국 어느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 친구를 따라 드럼도 치고 피아노도 치러 열심히 다녔습니다. 

악보 읽는 법이나 코드를 제대로 배운 것은 아니고, 그냥 소리를 듣고 건반을 따라 치는 정도로 배웠는데, 더듬더듬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데는 거의 한 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심포니 음악학원에 와서 그때 배웠던 캐논 변주곡을 치려고 했는데, 손이 굳어서 전혀 되질 않더군요. 돌이켜보면 피아노를 제대로 이해하기보다 누군가에게 "나 이거 칠 수 있어!" 하며 보여 주려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초가 없는 공부의 병폐라고 생각해요. 피아노를 암기 과목을 외우듯 한 거죠. 






인터뷰를 마치고 원장님께서 다시 피아노를 쳐 보길 권하셨습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정말로 맨 처음 배우는 것부터 했습니다. 도미파솔라, 레파솔라시.. 양손으로 건반을 차례대로 누르는 것 뿐인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옆에서 지켜보는 원장님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어요. 원장님은 눈치를 채셨는지 살며시 문을 닫고 나가셨습니다.

피아노 앞에 혼자 앉아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피아노 건반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문득 초등학생 때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가 떠올랐어요. 지금보다 작고 야들야들한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건반을 누르던 기억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원장님은 짧은 시간, 내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간파하신 것 같았습니다.

이렇듯 사람은 각자의 사정이 있고, 다 다릅니다. 좋은 멘토라 함은 테크닉을 잘 가르치는 사람을 칭하는 말도 되겠지만, 학생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집에 낡은 피아노가 한 대 있습니다. 조율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소리가 제멋대로지만, 이날 배운 느낌을 살려 손가락에 익혀 봐야겠어요. 그런 뒤에 피아노 레슨도 고려해 봐야 겠습니다. 동네에 심포니 음악학원 같은 곳이 있을까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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