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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님 화이팅!

건강하고 실속있는 한 끼, 수유동 <들깨시래기된장국>

베이징댁 2018. 10. 31. 00:27

어렸을 때는 피자며 파스타, 햄버거를 좋아했는데 요즈음에는 좀더 속편한 음식들을 찾게 됩니다. 그다지 맛있다 느끼지 못했던 취나물이며 곤드레나물에 자꾸만 젓가락이 가고, 구수한 된장찌개나 청국장이 생각나는 날도 잦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들깨시래기된장국>에 가는 날엔 왠지 기대감에 들떠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도착해 확인한 <4,000원!> 가격 문구가 저와 동생님을 열렬히 환영해주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주로 광화문이나 연남동에서 미팅을 하고 외식을 하는 편인데 요즘 식당에선 4천 원 메뉴는 정말 보기가 드물어요. 사이드 메뉴라면 모를까, 밥과 반찬, 된장국까지 차려진 제대로 한끼가 4천원이라니요. 



놀라운 가격, 들깨 시래기 된장국 4,000원! 


들깨와 시래기와 된장국의 건강한 콜라보를 단돈 4,000원에 맛볼 수 있는 이유는? 

사장님 내외의 운영 방식에 그 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모든 식자재는 유통 경로 없이 생산자, 농장과 직거래를 통해서 수급하신다고 해요. 직거래하는 농장은 십여 년 전, 도시 농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남편분께서 이런 저런 작물을 키우시며 자연스레 오랜 인연을 이어온 곳이라 서로서로 믿고 배려하는 곳이라고 하니 더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셀프 서비스를 도입해 사장님 1인 식당으로 운영비를 줄인 것도 착한 가격의 바탕입니다. 처음 오신 분이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께는 서빙을 해드리기도 하지만, 많은 단골 손님들이 흔쾌히 셀프로 식사를 즐기시는 것 같더라구요.


대신 이렇게 줄인 비용으로 밥과 반찬은 무한 리필!

이 사실을 알고 난 저와 동생님은 동시에 외쳤죠. "아니, 사장님! 이렇게 하시면 뭐가 남는 게 있어요?" 그...그렇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따끈해서 기분 좋은 수저를 겟겟! 

그리고 원하는 만큼 밥과 국, 반찬을 담아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사장님 내외분께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그리고 한편 사장님의 즐거운 공간으로 이 식당을 개업하셨기 때문에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면 반드시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신답니다. 그리고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우직한 믿음을 갖고 계시기도 하구요.  


그래서 틈틈히 건강한 재료들을 구하려고 농장을 찾아 다니시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애쓰신대요. 또, 모든 메뉴는 물론이고 국물에도 조미료 하나 넣지 않고 손수 육수를 만드시는데, 멸치 대신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는 '디포리'를 쓰신대요. 계절 메뉴인 북어국도 북어를 양껏 넣고 팍팍 고아서 뽀오-얀 국물이 나오게 만드시는데, 가까운 분이 큰 건어물 도매상을 하셔서 질 좋은 재료만 가려서 받으신다고 하구요. 


그래서인지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고, 먹고 나서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시며 다시 찾는 손님이 많으시답니다. 저희도 시래기비빔밥에 북어국까지 양껏 배터지게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속이 부대끼거나 불편한 게 없었어요. 


이야기 나온 김에 <들깨시래기된장국>에서 먹은 메뉴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희는 겨울 계절 메뉴인 북어국과 시래기 비빔밥을 골랐어요. 마침 가을 초입에 날씨가 쌀쌀해질랑 말랑 하는 즈음이어서 따끈한 국을 먹고 싶었거든요. @_@ 나온 양을 보고 둘 다 깜놀. 일단 그릇은 2인분이요, 담긴 양은 1.5인분이어서 엄청나게 푸짐했습니다. 맛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어요. 진하고 깔끔한 국물이 완전 최고여서, 둘 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들이키다시피 먹었습니다. 무엇보다 '닝닝'한 조미료 맛이 제로여서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시래기 비빔밥은 15분~20분 정도 걸린다고 쓰여있어서 왜 그럴까 했더니만, 주문하면 바로 압력솥에 시래기 반, 쌀 반 넣어서 밥을 해주십니다. 우왓! 안 그래도 맛있는 압력솥 새 밥에 부드러운 시래기까지 담뿍 들어있고, 여기에 천연조미료로만 만든 사장님 자부심 뿜뿜 양념장까지 더하면 정말 세상 맛있습니다. 



밥보다 시래기가 더 많은 시래기 비빔밥. 안 그래도 다른 집보다 부드러운 시래기가 
압력솥에 들어가 한층 더 부드러웠어요. 새로 지은 밥맛이 정말 굿굿! 



둘 다 평소 먹는 양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계속 먹고 있는 서로를 발견하고 '배 부르면 그만 먹어.'라고 하면서 연신 숟가락을 그릇에 담그고 있던 그 날을 생각하면, 다시금 침이 고이네요.  


<들깨시래기된장국>은 마침 북한산 등산로가 가까워서 나들이 삼아 가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단풍놀이 삼아 다시 가려구요. 

등산의 묘미는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등산로 입구의 맛집에서 맛있는 걸 먹고 (등산은 패스하고) 그냥 돌아오는 것이라 생각하는 제게 <들깨시래기된장국>은 정말 최고의 등산 장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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