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셰프에게 맡기세요, 오마카세 일식집 로랑 본문
일식 레스토랑 인터뷰 때마다 여쭤보는 질문 중 하나는 "셰프님 식당과 가장 비슷한 일본 드라마나 만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모든 일드와 만화를 다 섭렵한 건 아니지만, 대강의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개인적으로는 맛있는 음식이 잔뜩 나오는 새로운 콘텐츠를 알게 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일식을 베이스로 하는 이자까야, 로랑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특히, 한 쪽짜리 간단한 메뉴판 위에 '오마카세'라고 쓰인 메뉴를 보고서는 더 궁금했어요. '셰프에게 믿고 맡긴다'는 의미의 오마카세를 주문하려면, 셰프가 어떤 요리를 지향하는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음식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았거든요.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로랑의 메뉴판과 마음에 쏙 드는 그립감의 컵이 놓인 테이블.
사실 생각해보니 평소에 먹는 일식이래봐야 초밥이나 사시미, 돈까스, 덮밥 아니면 모밀소바 정도였어요. '오마카세'라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다음에 와서 오마카세를 주문하려면 알아두는 게 좋겠다 싶기도 했구요.
로랑의 오너 셰프인 김영운 대표님의 답은?
"아오이 유우가 나오는 '오센'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어요. 일본 료칸 같은 곳이 배경이고,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이는 곳인데 저희 로랑의 오마카세도 가이세키 요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고독한 미식가나 심야 식당은 많이 들어봤는데, 오센은 처음 들었던 터라 폭풍 검색 들어갔죠. <오센>의 원작은 만화인데, 2008년에 10회 짜리 드라마로 제작되었어요. 일본의 오래된 요정을 배경으로 '오센'이라는 여주인이 주인공입니다. 아오이 유우가 너무 예쁜 바람에, 여자인 저도 홀딱 반해서 보다가 그 다음엔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나오는 요리들에 관심이 가게 되었어요.
어쩌면 저렇게 사케를 맛있게 마시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저 표정이란.
일본의 연회 요리인 가이세키를 바탕으로 하지만 <오센>의 요리들은 화려하기보다는 마음이 담긴 담담하고 소박한 요리들이 많았어요. 콩을 일일이 골라 만든 된장, 토로로메시라고 불리는 참마 덮밥 같은 것들이 그렇죠. <오센>을 보면서 로랑의 오마카세를 기대하게 되었어요.
일드 <오센>에 등장하는 음식들과 일본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장면.
실제로 김영운 셰프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꼈던 건, 좋은 식재료에 대한 욕심과 맛있는 요리를 맛보여주고 싶은데 손님들이 오마카세를 익숙하게 여기지 않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었거든요.
사실, 레스토랑을 편하게 운영하려고 하면 매번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고, 재료를 잘 살릴 수 있는 메뉴와 어울리는 사케나 와인을 고민해야 하는 오마카세는 좋은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죠. 정해진 메뉴들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관리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울 거예요. 그래서 오마카세는 그만큼 요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그리고 자신감이 있어야 낼 수 있는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센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비주얼. 로랑의 맛있는 요리들!
로랑의 음식들은 느끼한 것을 싫어하신다는 셰프님의 입맛에 맞게, 아주 깔끔했어요. 특히 사시미에서는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아서 동생님이 엄청 감탄하며 먹었답니다. 너무 맛있어서 과식하고 나온 저녁, 부른 배를 부여잡고도 저와 동생님은 "다음에는 꼭 오마카세를 먹자. 오마카세 진짜 맛있겠지!!!" 하며 다음 계획을 세우며 집으로. 진심 기대됩니다~ 로랑의 오마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