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울 수 있고, 보나스위츠 베이킹 클래스 본문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곤 했습니다. 중학교 다닐 땐 병에 든 소스를 이용하긴 했지만 셀프 파스타도 해먹었던 터라 국적 불명의 일품요리를 만드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빵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베이커리 옆을 지나며 아~ 나도 이렇게 맛있는 빵을 굽고 싶다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머지 않아 시도를 해보았습니다만, 결과는 폭망. T-T
주방은 초토화가 된 데다, 설거지 거리가 산처럼 쌓였는데 먹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제일 황당했던 건, 뭐가 잘못되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레시피대로 다 했는데!!!
재료를 아무리 좋은 걸 준비해도 소용없다.
레시피대로 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은 곰손의 비애란. T-T 흑흑.
이후로 몇 번의 실패를 거치며, 그럭저럭 원인을 찾아내기는 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제가 베이킹에 맞는 인간이 아니라는 겁니다. 베이킹의 생명은 계량! (이라고 항상 폭망하는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밀하고 침착하게 계량하는 데에 정말 소질이 없어요. (그런 것 치고는 시중에 나오는 믹스로도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뭐지?)
그럭저럭 스콘 정도는 구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이것도 딸아이와 함께 하느라 계량 따위는 저 멀리. 그냥 실패해도 성공해도 내 입으로 넣으며 책임을 지는 형태라고나 할까요.
기대를 담뿍 안고 찾아간 보나스위츠.
선생님이라면 베이킹을 못하는 나의 곰손도 금손으로 만들어주시겠지?
그래서 보나스위츠의 베이킹 클래스에 더 관심이 갔어요. 보나스위츠 인스타그램에는 정말 예쁘고 곱고 사진에서마저 향기가 날 것 같은 케이크와 디저트들이 잔~뜩 있거든요. 저런 손을 가진 사람이 부럽다- 고 생각할 즈음, 원데이 클래스 공지를 봤습니다.
보나스위츠의 베이킹 클래스는 한 번에 한 가지 아이템을 배울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로 진행이 되구요. 카페 창업을 앞두고 계신 분들도 많이 들으시고, 취미로 듣는 분들도 계신다고 합니다.
인원은 1~4명까지. 사장님께서 수업 메뉴를 정하기는 하시지만, 개인 클래스로 신청하시면 원하는 디저트를 구울 수 있게 해주신다고도 해요. 메뉴에 따라 수업료는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나스위츠 클래스가 이루어지는 주방
그래서 동생님과 함께 베이킹 클래스를 위해 보나스위츠를 찾았어요. 안타깝게도 뒤에 약속이 잡히는 바람에 제가 듣지는 못하고 동생님을 주방으로 밀어넣었습니다. 간혹 처음하는 분도 오시고, 간혹 남자분도 오시지만 베이킹이 처음인 남자분은 처음이라고. ^-^;;;
베이킹을 처음하는 남자분이 성공할 수 있다면, 다음엔 나도 성공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랄까요.
오늘의 도전 과제는 <포레누아 체리 롤케이크>! 뚜둔~
주방에 들어가니, 선생님께서(이제는 배우는 입장이니깐 사장님보다는 선생님으로.. ) 준비를 말끔하게 해두셨더라구요. 우선, 집에서도 다시 해볼 수 있게 레시피를 뽑아두시고 설명을 해주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디저트들도 마찬가지지만, 맛의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하셨어요. 너무 달거나 향이 부족한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핵 공감.
포레누아 롤케이크 레시피와 선생님이 준비해두신 재료들~
롤케이크 시트를 만들기 위해 노른자에 설탕을 넣어 아이보리색 크림처럼 만들고, 흰자에는 설탕을 넣어 머랭을 쳤어요. 핸드 블렌더를 이용해서 위잉~ 아주 쾌적했습니다.
예전에 머랭을 핸드메이드로 친 적이 있었는데, 팔은 빠지게 아프고 풀죽은 머랭을 만들어서 슬펐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역시 도구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도구가 중요하니까 갖고 싶다는~
흰자로 만드는 머랭은 설탕을 세 번에 나누어 넣어주는데, 마지막에 블렌더를 들어서 옆으로 세웠을 때 뿔모양이 되면 오케이!
안녕! 머랭 뿔아~ 너 참 잘생겼구나.
머랭과 노른자를 먼저 섞고, 카카오 파우더를 넣은 박력분 밀가루를 곱게 체쳐서서 섞어줍니다. 그리고 짤주머니에 채워 대각선으로 짜준 후 오븐에 넣고 시트를 만듭니다. 아- 옆에서 보기만 해서 그런지 너무 쉬운데요? 동생님을 보며, 처음부터 베이킹이 이렇게 쉬워선 안 되는데- 라고 샘을 좀 내보긴 했지만 잔뜩 긴장한 모습의 동생님에겐 그것도 쉽지는 않아보였어요.
뒤에 약속이 있어서 선생님께 동생님을 잘 부탁드리고 나오면서도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동생님이 만들어 온 케이크가 맛있다면, 나도 잘 할 수 있을테니 다음 번에는 나도 수업을 들어야겠어! 결심했죠.
동생님이 그 뒤의 과정을 이야기해주기는 했지만, 더 쓰면 기업 비밀 누설이니까 베이킹 과정은 요기까지만 쓸게요. 수강생들에게 새로운 레시피, 좋은 노하우를 가르쳐드리기 위해서 선생님도 꾸준히 수업을 들으신대요. 그래서인지 초짜인 동생님을 데리고도 아주 여유롭게 진행을 하시더라구요.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해서 직접 선생님의 노하우를 배워보시길!
두구두구두구! 대망의 베이킹 결과는?
타란~ 대성공!
그러나 식구가 많은 탓에 케이크는 사진으로만 남아버려서 실제로 보지는 못하고, 겨우겨우 한조각 얻어먹었습니다. 완전! 핵꿀맛이었어요. 처음 만든 동생님이 이 정도라면, 저도 다음에는 클래스를 신청해야겠어요. 엄마 좋아하시는 파운드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워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