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취향의 공간, <스트레토> 2호점 본문
운이 좋게도 능력있는 선배들을 만나 함께 쓴 책 중에 <취향>이라는 제목이 있습니다. 책을 쓰고, 여러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며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어요. 허탈하지만 결론은 '잘 모르겠다'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취향에는 고급과 저급이 있을 수 없고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은 언제나 조금씩 바뀌어간다는 것. 때로는 선호가 취향으로 드러나기도 한다는 점 정도를 느끼게 되기는 했습니다.
공덕역, 실은 서부지방법원에서 더 가까운 소담길에 자리잡은 <스트레토> 2호점은 여러 가지 면에서 취향을 저격하는 공간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사장님의 취향이 이곳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가기도 해요.
커피를 주문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찼을 때, 수고를 토닥여주는 것은 로스코의 작품입니다. 콘크리트 색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작품이 걸려있는게 인상적이죠.
이런 대비라면 분홍도 괜찮다 생각하게 됩니다.
커피를 맛보기도 전, 2층을 휘휘 둘러보는 것만으로 이런 공간이라면 아무래도 괜찮아-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평소에 가는 카페와는 일단 조도 자체가 달라서 일은 하기 어렵겠지만 가끔은 느긋하게 커피향에만, 마주 앉은 사람과의 대화에만 집중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요.
느긋한 재즈가 어울릴 것 같은 <스트레토> 2호점의 2층 풍경.
인테리어는 모두 사장님께서 직접 하신거라고 해요. 노출 콘크리트 마감과 깊이 있는 우드톤이 아주 잘 어울려서 좋았고, 약배전이나 중배전 정도의 향이 살아있는 커피를 색감으로 치자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원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 붙이고 인테리어를 하신 덕분에 시차를 두고 완성된 루프탑은 분위기가 또 많이 달라요. 저희가 갔던 날은 아주 청명하고 날이 맑아서 루프탑 커피타임도 좋을 것 같았는데, 일단은 2층에 있던 넓은 나무 테이블이 마음에 들어서 그곳에 앉았더랬죠.
"우와~ 이 테이블이 너무 근사하네요. 그런데 많이 비싸죠?"
하고 여쭤봤더니, 테이블이 2층 가구 중에 가장 저렴한 것이라고 하셨어요. 역시 취향과 안목은 가격과 꼭 연결되는 건 아닌듯.
타라란! 2층 올라오는 길목도 그렇고, 루프탑 올라가는 길목도 그렇고
<스트레토>는 공간마다 국면 전환이 탁월한 것 같아요.
이런 근사한 분위기의 공간에 커피까지 향긋해서 자꾸만 자꾸만 사람들을 끌어당기나 봅니다. 이후로도 미팅 때문에 점심 즈음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 좋은 것을 좋다고 느끼는 건, 사람들이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참새 방앗간 들락거리듯, 자주 가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