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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책

페스트 '보이지 않는 공포에 대한 면역책'

부엉 집사 2015. 3. 24. 23:00



저자 : 알베르 카뮈

출판사 : 민음사

장르 : 소설

출간 : 201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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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까뮈의 책은 처음 이었는데, 그의 소설 페스트는 읽는 내내 침울한 기운을 발산했다. 침울해진 기분 탓이었는지, 책을 덮는 순간에는 일종의 해방감까지 느꼈다. 책을 다 읽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일 주일. 책이 더디게 읽힌데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았던 게 컸다.


살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닥쳐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런 어려움에는 갖가지 종류가 있는데, 페스트라는 압도적인 재앙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지 순차적으로,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개인에 관한 심리묘사도 좋았고, 군중심리에 관한 것도 좋았다.








페스트라는 소재는 소설 내에서 전염병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신을 대신해 인간을 벌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며, 인생에 스며있는 가치들 중 특정한 것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페스트의 위협을 간접적으로 밖에는 알 수 없지만, 페스트를 지금의 우리에게 어울릴법한 다른종류의 공포로 치환해서 생각해 보면 소설이 전하는 바를 더욱 신랄하게 느낄수 있으리라.


핑계거리를 찾음으로써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나 역시 때때로 핑계거리를 찾곤 한다. 하지만 어설픈 핑계로 페스트와 같은 절대적인 재앙을 비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가 겉으로는 자애로운 얼굴로 우리를 대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항상 페스트 혹은 그와 비슷한 재화를 끌어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가슴 언저리에서 답답함이 느껴진다. 페스트의 여운인가. 페스트라는 소설이 꿀꿀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생각하기 싫은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그 문제를 풀어가게 함으로써 정신적인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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