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해방촌 초입 바-BAR「스너그 라운지」동네 형의 아늑한 술집! 본문
서울시에서 소상공인들을 위해 우리 가게 전담 마케팅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내 주변에도 혼자서 장사를 꾸려 나가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서 이끌리듯 지원했습니다.
전달 사항들과 마련해 준 명함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내가 애주가인 걸 알았는지, 아니면 우연인지, 어쨌든 첫 방문이 술집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그냥 술집이 아닌,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바- 그냥 바가 아닌, 바-알. 이렇게 발음해야 합니다.
거리와 하나인 듯 시원하게 오픈되어 있는 스너그 라운지. 그런데 내가 집을 나온 걸 알아서인지, 이날 따라 날씨가 우중충했습니다. 나중에는 소나기까지 쏟아졌어요... 흑흑.
폼스키 은이, 갑이
욘석들이 영업 상무
저래 봬도 엄마와 아들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15년 경력의 에디터 분에게 인터뷰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강아지들이랑 함께 할 시간이 생겼어요. 지나가는 사람 중, 둘에 하나는 강아지에게 인사를 하고 가더군요. 그냥 지나치기 힘든 아이들이긴 합니다. 시바견인 줄 아는 사람도 있었는데, 얘네들은 폼스키라고요!
내부는 어떻게 꾸며 놓았는지,
사장님 몰래 살펴 봅시다
꼭 영화에서 등장하거나 소설을 읽다
떠오르는 분위기 같았어요
유난히 액자가 많습니다
가게 곳곳에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돌아다녀도 사장님은 신경도 안씁니다
완전 내 스타일!
스너그라운지 사장님은 오픈 된 공간이 좋아 주방까지도 오픈! 인터뷰 중 옆에 앉아 주워들은 내용입니다만, 자유로운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 싶다는 게 사장님의 작은 바람이었어요. 문도 활짝활짝 다 열어 놓고, 하물며 외부 음식 반입도 가능하게 했다고. "뭐 남는 게 있어요?" 인터뷰어의 물음에 그냥 천진하게 웃어 넘깁니다. 하하, 이러시면... 감사해요. 그래도 걱정은 됩니다...
술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술. 술, 술! 입니다
천장에도 술
벽에도 술
가까이 보니 더 영롱한 빛깔의... 술
비싸 보이는 술
자고로 술집에는 술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져요. 사장님은 바텐더 경력만 해도 8년이라서, 술에 관해서는 박사 학위를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박식했습니다. 나는 술 이름을 디테일하게 알지는 못하거든요. 눈을 반짝거리며 인터뷰를 들었어요. 고개도 자동으로 끄덕거리고, 중간중간 모히토, 럼과 같이 아는 술 종류가 나오면 손가락을 부딪치며.
입간판을 보고 안주가 정말 사진 같은
비주얼로 나올까 궁금했습니다
헑...!
새우 폭탄 감바스
크림치즈 쉬림프
아무리 휴대폰을 가까이 들이밀어도
실제 느낌을 다 표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길고 긴 인터뷰를 마치고,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시간! 손님으로 돌변할 시간! 미리 말하건대, 스너그라운지로부터 일체, 무상 제공 받지 않았습니다. 먹고 싶은 메뉴를 직접 고르고, 비용도 정확하게 지불했어요. 말 그대로 레알 손님 모드. 하지만 이미 스너그 라운지에 호감이 생겨 버린 것은 함정.
은이 갑이도 귀엽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사장님은 음식 해주고 할 일 하심), 아니, 무슨 새우로 이렇게 배 채워 보기는 바닷가에서 대하구이 먹었을 때 이후로 처음 인 듯합니다. 인터뷰어인 에디터님과 맛있다, 맛있어, 를 연발하며 허겁지겁 다 먹어 치웠어요.
상그리아
모히토
칵테일은 상그리아, 모히토, 이렇게 두 잔 주문했는데 이게 또, 지금까지 흔히 마시던 그런 맛이 아니었습니다. 내 앞에 에디터님이 아니라, 썸녀라도 앉아 있었다면 고백하고 싶은 맛.
사실 애주가들은 단 맛이 강한 칵테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상그리아는 좀 달긴 해도 새초롬한 맛이었고, 모히토는 정말로 향이 살아 팔딱거리는 느낌! 헤밍웨이도 울고 갈 맛이었습니다. 에디터님은 원래 술을 잘 안 하는데, 맛있다며 칵테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바람에 볼이 수줍은 십대 소녀마냥 발개졌어요. 정신없이 먹고 마시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구름 사이로 보이던 해가 기울어 스너그라운지의 밤이 찾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