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평창동 죽집「죽이야기」건더기 반, 죽 반! 본문
평소 그다지 죽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플 때조차 스스로 찾아 먹지는 않았었는데, 몇 해 전 편도가 말도 못할 정도로 붓고 아플 때 죽의 힘을 빌어 기운 차린 적이 있었어요. 좀 오바해서 말해 목숨을 구해 준 은혜 때문인지는 몰라도 죽은 언제든 반가운 메뉴가 되었습니다.
죽에 관한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죽집은 언제나 따뜻한 곳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보통 죽집, 이라고 하면 아담한 실내가 떠오르는데 이날 들른 죽이야기는 단체 손님이 와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넓었어요. 물론 넓다고 해서 썰렁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사장님 내외가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죽이야기는 프랜차이즈임에도 청와대에서 영양사로 근무한 사모님이 직접 식재료에 관여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자부심이 남달랐어요. 인터뷰가 처음이라 수줍어 하셨지만, 나중에는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단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뭔가 내 가족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듯한 보람된 마음을 대화 속에서 확인한 것 같아요.
다섯 가지 해물, 오복누룽지탕!
죽은 아무래도 맛으로 먹는 경우가 잘 없다고 생각됩니다. 젊은 사람은 더욱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들른 죽집이라 그랬는지 무얼 먹을까,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고른 메뉴는 오복누룽지탕. 평소 누룽지탕을 좋아해서 그런지 신메뉴인 누룽지탕에 자연스레 눈이 갔어요. 죽집에서 누룽지탕이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말이죠.
12,000원이면 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주문했는데, 막상 음식이 나오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습니다. 중국집에서 파는 누룽지탕 만큼 건더기가 많았어요. 오복누룽지탕은 다섯 가지 해물이 들어서 오복이고, 조금 가볍게 먹고 싶다면 삼복누룽지탕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죽스러워 보이지만 리얼 누룽지탕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또 마냥 누룽지탕이라고 보기에는 죽다운 면모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큼직한 건더기!
죽집에는 죽만 있다? NO!
원래도 국수를 좋아하지만, 가을이라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서 잔치국수도 주문했습니다. 국물에서 심심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어요. 육수 재료를 제대로 넣고 끓여야만 이런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넣어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긴말 필요 없이 포장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죽이 불낙죽인데, 죽이야기의 불낙죽에는 매운맛, 순한맛이 있더라고요. 매운맛으로 포장해 왔는데... 아, 정말 매웠습니다. 전복죽이라면 어떤 죽집이나 메인 메뉴가 될 텐데, 죽이야기의 전복죽은 전복이 적다고 불평할 사람이 없을 듯했습니다. 맛있게 죽을 먹고 난 소감은 심플했어요. 건더기, 입니다. 좀 박하게 말한다고 해도 건더기 반, 죽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