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버클리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한 원장님께서 운영하시는 .원장님께서는 버클리 음대 재학 시절에 한국 학생 중에서 장학금을 가장 많이 받으셨다고 해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만 있다면 음악공부를, 악기 전공을 하면서도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방법이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끼셨다고 해요. 버클리 졸업생들에게 보내주는 뉴스레터. 사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가 예체능을 전공할까 무섭다는 이야기를 농담삼아 하곤 합니다. 아주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한국처럼 무한경쟁인 사회에서 악기 전공을 하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른바 '테크트리'를 타야 하기 때문이죠. 예중을 거쳐, 예고를 나와 유명 음대에 진학하고, 직업인으로 음악을 더 하려면 맨하탄 부근으로 유학을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 이른바 음대생의 길이랄까요. 예중에..
초등학교 때였어요. 얼결에 교단 앞으로 불려나가 노래를 불렀는데, 정신이 아득하고 멍했습니다. 그럼에도 내 입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영원 같던, 숨막히는 그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습니다. 선생님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무척 오래 된 기억이지만, 내가 입고 있던 멜빵바지와 상기된 분위기가 눈 앞에 선합니다. 그때부터 음악을 제대로 배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은 흘러흘러, 이제는 나이가 들었습니다. 서울뮤직센터에 방문하니 새삼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어요. 실내를 한 번 둘러 볼까요? 작은 학교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런저런 장비를 두루 갖추고 있는 서울뮤직센터. 원장님은 진정 음악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원한다고 하십니다..
우리 가족들은 대부분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입니다. 그래서 커피 선물도 많이 들어오고, 매달 코스트코에 가서 커다란 원두 두 봉을 사지요. 드립백은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원두가 떨어졌을 때는 이것만큼 반가운 것도 없습니다. 이때 만큼은 드립백도 신분 상승. 요즘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주관하는 '우리 가게 전담 마케터'를 진행하며, 카페에 들르면 드립백을 사서 옵니다. 용량이 20g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너나 할 것 없이 드립백 용량은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커피 맛일 수 있겠는데, 웬만해서는 마실만 하더군요. 확실히 커피 맛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맛있다며 스타벅스 드립백 두 개를 건넸습니다. 마침 아침에 내린 커피가 떨어져 스타벅..
운이 좋게도 능력있는 선배들을 만나 함께 쓴 책 중에 이라는 제목이 있습니다. 책을 쓰고, 여러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며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어요. 허탈하지만 결론은 '잘 모르겠다'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취향에는 고급과 저급이 있을 수 없고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은 언제나 조금씩 바뀌어간다는 것. 때로는 선호가 취향으로 드러나기도 한다는 점 정도를 느끼게 되기는 했습니다. 공덕역, 실은 서부지방법원에서 더 가까운 소담길에 자리잡은 2호점은 여러 가지 면에서 취향을 저격하는 공간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사장님의 취향이 이곳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가기도 해요. 커피를 주문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찼을 때, 수고를 토닥여주는 것은 로스코의 작품입..
"스트레토?" 카페 이름을 듣고 난 후, 약간의 심증을 가지고 카페 작명에 대해 여쭤보았습니다. "리스트레토, 거기에서 가져온 이름이예요." 리스트레토 역시 에스프레소처럼 원두에 높은 압력, 뜨거운 물을 통과시켜 만듭니다. 그럼 에스프레소와의 차이는 무엇이냐고요? 답은 추출 시간입니다. 원두 사용량은 거의 비슷하지만, 시간이 15초 정도니까 에스프레소의 절반 정도로 짧은 것이죠. 리스트레토는 커피 원두가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향을 부각시키면서도 에스프레소보다 쓴 맛이 강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고 해요. 커피 장인을 향해 고집스럽게 원두를 볶고, 그라인더를 테스트하고, 맛을 보는 사장님이시니 당연히 리스트레토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스팅을 통해 커피가 가진 향을 살리고 이를 많은 사람..
얼마 전 스페셜티 커피를 맛보고 커피에 관한 생각이 적잖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습관이나 잠을 깨우는 용도가 아닌 하나의 취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번에 들른 스트레토는 직접 로스팅을 하는 로스터리 카페인데, 대표님의 가치관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치관은 다름아닌 '커피' 였습니다. 내가 방문한 곳은 스트레토 2호점이었습니다. 1호점은 테이크 아웃만 하는 곳으로 "맛으로 승부 보겠다" 하는 대표님의 고집이 느껴지는 곳이고, 2호점은 커피를 중추로 스트레토만의 분위기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두 가게는 서로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요. 우선 1호점에서 커피만 맛 봐도 좋고, 괜찮다면 2호점에서 스트레토의 분위기까지 즐길 수 있는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스스로를..
평창동 에서 다섯 가지 해물이 풍성하게 들어간 오복 누룽지탕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동생님과 함께 갔는데, 앞선 식사가 오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양이 많을 것 같아서 일단 하나만 시켜보자 하고 시켰어요. 양이 적지는 않았는데 둘이 앉아 경쟁적으로 맛있다 맛있다 하고 먹다보니 금방 바닥이 보이더라구요. 뭐든지 '먹어라~ 먹어라~'하는 집에서 살아서인지, 왠지 한 그릇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같아 입가심으로 뭘 좀 더 먹을까 궁리하다가 계절 메뉴로 겨울에만 파신다는 잔치국수도 한 그릇 부탁드렸습니다. 노오란 국수에 맑은 육수. 아하- 국수는 치자물이 들어 노랑색이라고 하시네요. "저희 집 국수가 조금 심심해요. 그렇지만 조미료 넣지 않아 속은 편하실 거예요." 점장님이 친절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
어렸을 때부터 죽을 좋아했어요. 딱히 아플 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없었달까요. 죽이며 떡, 수정과를 좋아하는 절 보고 엄마는 '할머니가 키우셔서 그렇다'고 하셨지만 그런 것 치고는 다른 것도 잘 먹으니 그냥 가리는 음식이 없는 것으로. 어쨌든 그런 저런 이유로 몸이 안 좋을 때는 꼭 죽을 챙겨먹습니다. 아플 땐 소화도 잘 안 되고 하니 위장에 부담이라도 좀 줄이고 싶은 이유도 있고, 따끈하고 부드러운 죽을 후후 불며 열심히 먹다보면 땀도 나고 뭔가 나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최근에는 딱히 먹을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평창동 로 향하는 발걸음에 기대감이 묻어 있었던 걸까요? "약식동원" 그러니까 '음식이 약이다'라는 말이 크게 쓰여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만드시는지 알 것 같았어요..
평소 그다지 죽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플 때조차 스스로 찾아 먹지는 않았었는데, 몇 해 전 편도가 말도 못할 정도로 붓고 아플 때 죽의 힘을 빌어 기운 차린 적이 있었어요. 좀 오바해서 말해 목숨을 구해 준 은혜 때문인지는 몰라도 죽은 언제든 반가운 메뉴가 되었습니다. 죽에 관한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죽집은 언제나 따뜻한 곳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보통 죽집, 이라고 하면 아담한 실내가 떠오르는데 이날 들른 죽이야기는 단체 손님이 와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넓었어요. 물론 넓다고 해서 썰렁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사장님 내외가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죽이야기는 프랜차이즈임에도 청와대에서 영양사로 근무한 사모님이 직접 식재료에 관여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자부심..
가는 길도 한들한들 여유있었고, 속이 편안하면서도 맛있는 북어국과 시래기 비빔밥을 먹은 것 말고도 좋은 점이 있었어요. 착한 가격요? 그것도 물론인데 에 가서 예상치 못하게 얻은 수확은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것이었어요. 그 계기는 바로 의 영업시간 표시였죠. 은 오전 10시 반에 오픈, 오후 4시까지만 열려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충격이었어요. 사장님께 여쭈어보았더니 아직 어린 아드님이 계셔서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런 걸로 치면 저는 아직 어린 따님이 있지만 밤낮없이 일하는 걸로 모자라서 집에까지 일을 끌고 와서는 따님에게 '얼른 자라~ 씁씁하!' 을러대며 재워놓고도 또 일을 하거든요. 제게는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영업시간. 많은 식당의 영업시간은 점심/저녁/새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