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화·연예 (90)
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저자 : 기시미 이치로출판사 : 인플루엔셜장르 : 인문출간 : 2014-11-17 * 앉은자리에서 책을 먹어 치우다시피 했다. 읽는 중간중간 졸음이 찾아오면, 소리내어 책을 읽으며 졸음을 쫓았다. 머릿속에 아련하게 그려지던 그림이 비로소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책은 저 멀리 이상세계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있는 것이 아닌, 당장 내 눈 앞에 펼쳐진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우리는 매일, 어쩌면 매 순간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책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의 실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 문제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문제 자체는 의외로 단순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은결의 마지막 공연이라 표를 예매했다는 동생. 마술? 응? 조금 뜬금 없었지만 그래도 출발. 시간에 늦으면 입장이 불가하다는 말에 우리는 서둘러 충무아트홀로 향했다. 시간이 조금 늦는듯 했으나 공연시간에는 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공연장은 먼저 온 관객들로 붐볐다. 매니저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는데, 우리의 좌석은 맨 뒷자리였다. 좌석의 구분은 R석과 S석이 전부였는데, 구분 내의 좌석배치는 선착순이었다. 턱걸이 시간대에 공연장으로 들어간 우리는 맨 뒷자리에서 콩알만한 이은결의 얼굴을 실눈으로 구경해야 했다. 눈도 나쁜 관계로 저기 앞에서 뭐가 휙휙 움직이긴 하는데, 사람들이 치는 박수소리를 따라 뒤늦게 반응할 수 밖에는 없었다.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공연을 감상했다. 마술이라... 마술은 ..
저자 : 성석제출판사 : 문학동네장르 : 소설출간 : 2013-09-26 * 단편소설은 아직 별로 재미있다는 생각을 못해봤다. 좀 이해할만 하면 이야기가 끝나버리는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나이에 견주어 볼 때, 결코 독서량이 많았던 것 같지는 않다. 가끔 소설에 꽂히면 밤새 읽어 재끼는 버릇만 있을 뿐. 성석제의 소설은 소위 내스타일이 아니었다. 읽고나면 기분이 찜찜한, 일상생활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불쾌한 캐릭터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마다 책에게 바라는 바가 조금씩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나의 경우 어떤 '쾌감'을 위해 책을 읽는다. 벅차 오르는 감정, 카타르시스, 교훈? 아직까지 교훈을 바라며 책을 읽는다는 것이 조금 불만이다. 성석제의 단편집 '이 인간이 정말'..
저자 : 니코스 카잔차키스출판사 : 열린책들장르 : 소설출간 : 2009-12-20 * 행동하는 사람, 그리고 추상적인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곤 한다. 혼자서 고민하며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나는 이런저런 깊은 고민에 빠져들 때, 가까운 곳부터 찬찬히 살핀다. 그런 다음, 고민하던 문제의 해답 혹은 그 비슷한 것을 가진 사람, 사물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필자는 추상적인 관념에 사로잡힌 일명 책벌레다. 그런 책벌레에게 다가온 우연한 인연. 그는 조르바와 함께 생활하며 조르바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살핀다. 사람냄새가 나는 이 노인에게 차츰 ..
저자 : 제인 오스틴출판사 : 펭귄클래식코리아장르 : 소설출간 : 2009-08-28 * 오만과 편견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수도원. 젊은 나이에 소설을 쓴 인물이라 그런지 그녀의 작품에는 생기가 넘친다. 그런 그녀의 생기가 노생거 수도원의 주인공 캐서린에게 까지 전해지는 듯 했다. 젊고, 순진무구한, 모든 것에 감사하고 사랑할 줄 아는 그녀의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노생거 수도원은 오만과 편견과도 어느 정도 닮아 있었다. 노생거 수도원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들었던 생각은 조금 수다스럽다는 것이었다. 이는 나와 잘 맞는 취향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설은 흡인력이 있었다. 범상한 것을 범상치 않게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출연 :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장르 : 드라마개봉 : 2015-03-05 * 진짜 영화를 보았다. 킬링타임 영화가 아닌,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마이클 키튼은 1세대 배트맨이다. 어린시절 동숭아트홀에서 배트맨을 보며 설렜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런 그가 버드맨이라는 영화로 돌아왔다. 버드맨이 시원한 액션을 연출하는 히어로 물은 아니었지만, 더 없이 재미있게 봤다. 나는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던진다. 보통 내 주위의 30대들을 보면, 뭔가에 구속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 친구들, 친척, 사촌들 대 다수가 그렇다. 그 중 소수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감독 : 조셉 고든-레빗출연 : 조셉 고든-레빗, 스칼렛 요한슨, 줄리안 무어장르 : 코미디/드라마개봉 : 2014-01-09 * 헉. 조셉 고든-레빗 감독... 지금 알았네. 시작부터 여자 가슴이 나오긴 하지만, 결국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따로 있었던 영화 돈 존. 어떤 의미로든 정말로 섹시한 영화였다. 여자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여자관계의 종착역이 섹스 인줄로만 알았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여자와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시절, 친구의 의미를 다시알게 해 준 한 여자가 있었다. 섹스의 대상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여자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가는 주인공을 보며, 풋풋했던 내 과거에 관한 향수가 일었다. 아직도 사랑에 대한 명..
감독 : 데이빗 돕킨출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데이비드 크럼홀츠레이튼 미스터, 베라 파미가, 빌리 밥 손튼장르 : 드라마개봉 : 미개봉 * 가족. 그리고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어쩌면 뻔할 수도 있었던 이야기였지만, 영화는 가족간의 갈등과 해소과정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모든 캐릭터를 로다주화 시키는 능력이 있는것 같다. 너무 좋다. 젊은시절, 도망치다시피 고향을 떠나온 행크(로다주). 20년간 고향을 찾지 않았던 행크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그의 기억속에서는 사라져버린 가족들과 억지로 재회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가족들과의 재회였지만 그것은 곧 자신의 아픈 과거와 마주하는 일이었다. 아버지와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라면 사실 지겹다. 노력만으로 해묵은 감정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
저자 : 알베르 카뮈출판사 : 민음사장르 : 소설출간 : 2011-04-03 * 알베르 까뮈의 책은 처음 이었는데, 그의 소설 페스트는 읽는 내내 침울한 기운을 발산했다. 침울해진 기분 탓이었는지, 책을 덮는 순간에는 일종의 해방감까지 느꼈다. 책을 다 읽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일 주일. 책이 더디게 읽힌데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았던 게 컸다. 살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닥쳐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런 어려움에는 갖가지 종류가 있는데, 페스트라는 압도적인 재앙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지 순차적으로,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개인에 관한 심리묘사도 좋았고, 군중심리에 관한 것도 좋았다. 페스트라는 소재는 소설 내에서 전염병 그 이상..
감독 : 김홍선출연 : 김우빈, 고창석, 이현우, 조윤희, 김영철장르 : 범죄/액션개봉 : 2014-12-24 * 도둑질을 주제로 도둑들을 등장시킨 영화였다니. 제목이 기술자라 도둑질하는 영화인줄 몰랐다. 진부한 주제였지만 역시나 카타르시스를 자극하는 영화는 무엇보다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은 곧 스타일이 좋으면 진부해도 먹힌다는 이야기. 무엇보다 스크린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특유의 썩소로 매력을 자아내는 주인공 '지혁'역할의 김우빈의 선방이 필요한 영화였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조미료 역할을 해주는 조연의 균형까진 그럭저럭 괜찮다고 느끼던 중, 데뷔 14년차 조윤희가 띠용! 그래도 이쁘니깐 뭐... 김우빈의 연기력이 여주인공을 커버해줄 만큼은 아닌지라 남, 여 주인공의 투샷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