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오늘은 폭신한 플리스를 입었다. 오전 내 비가 내린 것 치고 날씨가 그리 차진 않았다. 저녁식사 시간. 좀처럼 보기 힘든 수현이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웬일?" 내가 물었다. 오늘 저녁 메뉴가 아구찜이라서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수현이가 말했다. 한밥상 하숙집은 단체 채팅방이 따로 있어서 오늘처럼 특별한 메뉴를 하는 날에는 미리미리 공지한다. 보통 아구찜 집에서 3~4인분짜리 하나를 주문하면 아귀가 1.5Kg쯤 들어간다고 하는데, 많이 주는 집이라야 아귀를 2Kg 정도 넣는다고 한다. 다들 아구찜 먹으러 가서 눈치보던 기억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어머니는 아귀 10Kg을 주문해서 그 절반, 5Kg을 한 끼 식사로 준비했다. "마음껏 먹어라!"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숙집을 시작하기 전, 잔치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식당을 운영하던 때가 있었다. 만두국, 잔치국수를 팔았다. 식당으로 위치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단골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손님 중에는 음식을 만드는 사장님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간혹 있었는데, 보통 이렇게 묻곤 했다. "어디 분이세요? 음식 맛이 참 깔끔해요." 집을 나서는데 바람이 차가웠다. 그제만 해도 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바람이 따스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두께가 있는 블루종 재킷을 걸쳤는데도 그 사이로 바람이 비집고 들어왔다. 잰걸음으로 걸어가며 블루종 지퍼를 목까지 추켰다. 하숙집 마당에 도착했는데 목련 잎이 다 지고 푸른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바람은 목련과 내 적이 분명했다.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며 입구에 들어서는데 문틈 사이로 재잘거리..
바로 오늘, 3월 28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하숙집 딸들 예고편이 떴다!!! 배우 이미숙, 이수근, 박시연, 이다해, 박나래가 등장하는 . 이제는 진짜 리얼 하숙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전까지는 배우들이 나와 콘셉트만 잡고 놀았다면, 이제는 진짜 하숙집이다! 하숙집 하면 뭐니뭐니해도 집밥. 맛있는 밥도 먹고, 먹은만큼 일한다! 하숙집 이모님 대신에 요리도 해보고, 배우들과 한밥상 하숙생들이 하나되는 시간.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 놓치지 마세요~ 3월 28일 밤 11시 10분! 하숙집 딸들. 제목처럼 모든 하숙생의 로망이 되면 좋겠어요. 하핫!
평온한 날들이 계속되다 조금은 우울하던 어느 날 밤,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집 TV 출연한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나는 평소 TV를 즐겨보진 않아서 이라는 프로그램을 잘 몰랐다. 그래서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이미숙, 박시연, 이다해, 윤소이, 장신영... 헉. 죄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들이었다. 그때부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며칠 뒤부터 작가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원래 하숙집 딸들 콘셉트는 엄마 이미숙, 삼촌 이수근, 첫째 딸 박시연, 둘째 이다해... 가 출연해 그들끼리 판을 짜고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이었는데 우리집 촬영을 기점으로 콘셉트를 바꿀 예정이라고 했다. 하숙생들 인터뷰가 이어졌다. 방송에는 관심이 없다던 아이도 있고, 그저 방송일이 기다려진다는 아이도 있었다. 몇 사람은..
문장 마다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면 아주 좋은 책인걸까. 나는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가끔 피곤하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는 읽는 데만 해도 한참이 걸린 책이다. 문장이 좋아 한 문장을 여러번 읽게 된다. 저자 : 헤르타 뮐러출판사 : 문학동네장르 : 소설출간 : 2010년 4월 * 작가 후기가 나와 있는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는데 숨그네는 헤르타 뮐러의 후기가 나와 있다. 후기가 나와 있다 한들 원래 후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숨그네의 후기만큼은 조금 궁금했다. 그래서 읽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이 내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니 깊은 곳 어디에선가는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헤르타 뮐러는 200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다. 우리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라..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을 묶어놓은 단편집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세죽음, 습격. 이렇게 세 편. 레프 톨스토이는 죽음을 이야기 하는 소설가로도 유명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죽음에 관한 단면을 심도있게 다루었다. 저자 : 레프 톨스토이출판사 : 펭귄클래식코리아장르 : 단편 소설출간 : 2011. 12. 28 * 죽음이라고 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저 넘어 세계의 이야기라고 젊은이들은 생각한다. 나조차도 그러니까. 그런데 사실을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이, 채 피지도 못한 나이에 단명하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불치병, 등등등.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삶과 죽음을 동시에 안고 태어난다. 삶은 강렬한 빛, 죽음은 어둠...
감독 : 데이빗 레이치, 채드 스타헬스키장르 : 스릴러, 액션출연 : 키아누 리브스, 아드리안 팔리키, 윌렘 데포개봉 : 2015. 01. 21 * 키아누리브스는 한 때나마 나의 히어로였다. 매트릭스 안을 누비는 네오 였을 때가 가장 그랬던 것 같다. 그랬던 그가 킬러로 돌아왔다. 일당백 킬러. 부인을 잃은 킬러. 강아지를 잃은, 자동차를 잃은 킬러. 한 마디로 상처입은 킬러다. 존 윅이라는 킬러 역할은 그의 어눌한 말투가 아주 잘 어울리는 배역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암울하다. 시작도 끝도 암울하다. 스토리의 아귀도 잘 안 맞아 보였다. 그런데 총싸움은 재미있다. 특수효과 없는 권총 씬들이 옛 향수를 자극했다. 한 손으로 쏘고, 양 손으로 쏘고, 돌려 쏘고, 막 쏜다. 계속 쏜다. 다 죽을 때까..
저자 : 헤르만 헤세출판사 : 민음사장르 : 고전소설출간 : 2002. 01 * 요즘 통 책이 읽히질 않아 책을 놓고 살다가 예전부터 보고싶었던 싯다르타를 주문했다. 어떤 책이 읽고싶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지만 이유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는 몇 장씩 꼼지락거리며 읽던 게 전부였는데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하루만에 다 읽었다. 소설 속에는 불교의 여러가지 사상이 담겨져 있었는데 그 중 무상에 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사상들이 담겨있었지만 일일이 생각하며 읽지는 않았다. 탈출구로 소설을 찾았는데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데미안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헤르만 헤세의 소설은 잘 읽힌다. 그리고 자신만의 무언가를 탐구하기에 좋은 글인 것 같다...
감독 : 팀 밀러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장르 : 액션개봉 : 2016. 02. 17 * 생각보다 별로 였다. 뒤늦게 영화를 본 게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액션이 돋보인 것도 아니었고, 내겐 2% 부족한 히어로였다. 입이 자유로운 것이 데드풀의 가장 큰 차별점. 곧 죽어도 입은 살아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음침한 분위기.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비관적인 캐릭터가 되어도 욕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 보이지만 주인공은 발랄하다. 얼굴이 다 찌그러지고 손이 잘려나가도 발랄. 세계관은 마블코믹스의 세계관을 따른다. 데드풀은 엑스맨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었다. 등장도 했다. 그런데 빨간색 수트를 입고 나오진 않았다. 울버린 편이었나? 거기에서 끝판왕으로 나왔던 녀석. 데드풀에서는 그 때보다 전체적으로 능력치가 떨어졌다. ..
감독 : 정기훈장르 : 코미디출연 : 정재영, 박보영, 진경개봉 : 2015.11.25 * 능력있는 누나를 둔 덕에 VIP 시사회를 다녀왔다. 코엑스에 위치한 메가박스. 원래는 넉넉잡아 40분이면 가는 거리를 한 시간 40분 걸려 도착했다. 영화까지 재미 없었으면 화낼뻔. 배우들의 무대인사 덕분에 화가 조금 풀렸다. 사람 사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것을 짚어주는 영화였다. 살아 가면서 올바른 길로만 가기는 힘들다. 영화는 기자, 기획사, 배우라는 직업을 엮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기자가 빠지기 쉬운 샛길, 가진자들이 빠지기 쉬운 샛길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기자가 정말 보람을 느끼고 오래 일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꼬집어 기자라는 직업을 조명하긴 했지만 이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