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녹색 줄이 하나둘 화면에서 보이기 시작하다 노트북이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녹내장쯤 되겠네요... 노트북은 자가 치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부품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으, 귀찮아! 이때까지만 해도 '녹색이니 눈에 좋겠군!' 쯤으로 생각하고 그냥 썼습니다 녹색 화면으로 바뀐 당일 이렇게 됐어요. 허허... 집에 노는 노트북이 하나 있었는데혹시 패널이 호환되나 분해해 봤어요 아쉽게도 연결 부위가 지금 쓰는노트북과는 맞지 않더군요 내가 쓰는 노트북은 30핀 노트북 패널이었어요커넥터에 맞춰서 패널을 주문해야 합니다 녹색 화면에서는 모든 장르가 호러물! 30핀 커넥터 분리- 예민한 부위(?)라서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스티커를 떼고 살살 분해해 주세요- 분해한..
동생님과 함께 갔던 대림시장 안 . 넘치는 인정과 푸짐한 인심에 배가 너무 불러서 메밀 전병을 포장해서 집에 가져갔더랬어요. 8조각을 챙겨갔는데, 저녁을 아직 안 드셨다던 엄마가 매콤칼칼하니 안에 든 내용물도 실하고 맛있다시며 7조각을 순삭. 매콤하고 칼칼한데, 껍데기(?)는 고소바삭한 메밀 전병. 강원도 정선 출장갔다 사왔던 메밀 전병을 드시면서도 '야, 현지 음식인데도 그만그만하다' 하셨었거든요. 오~ 엄마 입맛에 맞으셨나보다 생각하니까 다음엔 에 엄마와 함께 데이트 겸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날이 더워서 한산했던 대림시장 입구. 일단, 대림시장이라는 오래된 재래시장이 있어서 엄마랑 둘레둘레 구경도 하고 장도 보면 엄마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마트에서 장보면 맨날 돈 많이 든다고 하시는 엄마이기..
엽기떡볶이, 불닭볶음면, 다디 단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처럼 자극적인 음식들을 먹은 후에는 어김없이 속을 달래줄 담담하고 수더분한 한 끼를 찾게 됩니다. '아이구, 지난 번에 먹을 때도 고생해놓고 내가 왜 또 이렇게 맵고 짠 걸 먹었을까?' 라는 후회와 쓰린 속을 함께 다독여줄 그런 한 끼를 찾게 되는거죠. 요기가 저희가 갔던 예요. 폰트와 메뉴가 잘 어울리는 느낌~ 봉평옹심이메밀칼국수의 옹심이 칼국수가 바로 딱! 그런 한 끼였어요. (왠지 저에겐 해장용으로도 딱 좋을 듯.)사실 저는 '옹심이'가 팥죽이나 가끔 미역국에 넣어 먹는 동그란 찹쌀 새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옹심이는 감자를 갈아 만든, 약간 수제비를 닮은 녀석이더라구요. 쫄깃쫄깃한 맛이 완전 제대로 취향 저격! 옹심이 메밀칼국수 속 요 녀석이 ..
집을 나서는데, 여름 다운 여름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습하고 불쾌지수가 높은 날이 이어졌다면, 이날 만큼은 진정 여름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날씨였어요. 소나기가 지나며 여름을 살짝 밀어냈는지는 몰라도, 가까운 하늘에 심심찮게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더라고요- 과거에는 동네의 안주 맛있는 술집을 찾아 돌아다니는 게 취미였는데 요즘은 술을 끊다시피 해서 동네에 무심해졌어요. 동무룩. 응암동 재래시장 거리를 걷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재래시장이 있거든요- 대림시장 초입을 지나 이런저런 향수에 빠져들기도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대림시장 입구에서 좀 걷다 오른쪽으로 틀면 땋! 어머니가 국수를 좋아하셔서 나 또한 국수를 좋아합니다. 그런 이유로 여러 종류의 국수를 먹어 ..
동네에 아무때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술집이 있으면 좋습니다.그 술집이 내 취향에 잘 맞으면 더 좋은거죠. 게다가 음식까지 맛있으면? 더 바랄 것 없이 최고입니다. 녹번동에 자리잡은 네스토가 바로 그런 집이 아닐까 해요. 녹번동 주민들이 아주 '초큼' 부러웠습니다. '둥지'라는 의미를 담은 네스토가 지향하는 곳 또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편안한 술집이예요. 왠지 일본 영화 속 한장면인 듯 보이는 네스토 실내 풍경.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 프로그래머로 일하시던 사장님은 원래 요리에 취미가 좀 있으셨답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요리가 이제는 본업이 되셨대요. 취미로 하던 요리가 일로 바뀌니 힘들지 않으셨을까 생각했는데, 사장님 얼굴 표정을 보니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양한 ..
오랜 불황에 한참 '가성비'가 트렌드 키워드였죠. 최근에는 '가심비'가 뜨고 있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가성비의 선택 기준이었다면,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이 얼마나 큰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단군 이래..라고 하면 좀 과장이고, 88올림픽 이후로 쭈욱- 불황이라는 지인의 우스개가 정말이라고 치면, '가격'은 소비에서 무시하지 못할 부분입니다. 어차피 가격에 대비해서 평가하는 거라면, 가성비와 가심비, 둘 다 좋은 게 정말 좋은 것이겠죠. 안주는 푸짐해야 가성비가 좋은 거죠. 맛이 좋으면 가심비가 좋은거구요. 양만 많고 맛없으면 대략 난감. T-T 동네맛집 중에서도 가성비와 가심비를 둘 다 만족시키는 곳이 바로 네스토입니다. 매력적인 소스를 얹은 부드러운 연두부를 기본 안주로 주는 네스토의 클라..
해가 길어진 탓에 오후 다섯 시에도 대낮 같습니다. 네스토 대표님과 미팅을 잡은 시각이 오후 다섯 시였는데, 네스토는 오픈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오픈 시간이 여섯시라서 인터뷰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인터뷰어님과 함께 대표님들을 만나러 다니며 보통 인터뷰 시간을 한 시간쯤으로 책정했지만, 시간 맞춰 끝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왜냐, 사장님들 모두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형, 누나, 동생, 친구들이라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어요. 네스토 대표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네스토가 녹번동에 자리잡은지도 4년. 그동안 시행착오도 좀 있었지만, 대표님 표정이 무척 밝아서 나까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리가 재미있어서..." 라는 대표님.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래 보였습니다. 쉽게 우울해지는 성격인 나..
"오늘은 뭐 먹을래?" 라는 질문에 '아무거나'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아무거나 먹기 싫은 당신에게 일식 베이스의 이자까야 로랑을 추천합니다. 메뉴를 정하고 직접 요리를 해야하는 주부들에게나, 매일 같이 한 끼 정도는 밖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오늘 뭐 먹지?'는 즐거운 고민이기도, 답 안 나오는 고민이기도 하죠. 사시미나 해산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응암동 골목에 소담하게 자리잡은 로랑이 좋은 답이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로랑의 간결한 간판. 삼...삼각김밥 생각이 나는 건 아마 배가 고파서겠죠.이럴 때 로랑의 맛있는 사시미를 먹으면 좋을텐데. 우선, 로랑의 오너 셰프님께서는 매일 장을 봐서 싱싱한 재료들을 수급해오시거든요. 일단 재료가 신선해야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진..
일식 레스토랑 인터뷰 때마다 여쭤보는 질문 중 하나는 "셰프님 식당과 가장 비슷한 일본 드라마나 만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모든 일드와 만화를 다 섭렵한 건 아니지만, 대강의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개인적으로는 맛있는 음식이 잔뜩 나오는 새로운 콘텐츠를 알게 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일식을 베이스로 하는 이자까야, 로랑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특히, 한 쪽짜리 간단한 메뉴판 위에 '오마카세'라고 쓰인 메뉴를 보고서는 더 궁금했어요. '셰프에게 믿고 맡긴다'는 의미의 오마카세를 주문하려면, 셰프가 어떤 요리를 지향하는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음식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았거든요.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로랑의 메뉴판과 마음에 쏙 드는 그립..
그동안 '늙음'이 서서히 찾아오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어느 날 불쑥 찾아온다는 걸 올해 느꼈습니다. 젊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하고 있어서 나중에, 하며 미뤄뒀던 일이 많아요. 이제는 그것을 즐길 때인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 가게' 소개를 위해 소상공인 대표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너무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우는 것도 많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한 레스토랑 이미지 일식 외길 인생 10년이 넘었다는 로랑 대표님처럼 한 우물만 파는 사람들을 원래는 잘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들의 인생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왜 다른 가능성을 찾지 않느냐, 하는 것에 안타까웠던 기억인데요. 요즘들어 각 분야의 대표님들, 편하게 말하면 주위의 형, 누나, 친구를 만나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로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