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사장님 화이팅! (73)
한밥상 게스트 하우스
집을 나서는데, 여름 다운 여름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습하고 불쾌지수가 높은 날이 이어졌다면, 이날 만큼은 진정 여름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날씨였어요. 소나기가 지나며 여름을 살짝 밀어냈는지는 몰라도, 가까운 하늘에 심심찮게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더라고요- 과거에는 동네의 안주 맛있는 술집을 찾아 돌아다니는 게 취미였는데 요즘은 술을 끊다시피 해서 동네에 무심해졌어요. 동무룩. 응암동 재래시장 거리를 걷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재래시장이 있거든요- 대림시장 초입을 지나 이런저런 향수에 빠져들기도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대림시장 입구에서 좀 걷다 오른쪽으로 틀면 땋! 어머니가 국수를 좋아하셔서 나 또한 국수를 좋아합니다. 그런 이유로 여러 종류의 국수를 먹어 ..
동네에 아무때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술집이 있으면 좋습니다.그 술집이 내 취향에 잘 맞으면 더 좋은거죠. 게다가 음식까지 맛있으면? 더 바랄 것 없이 최고입니다. 녹번동에 자리잡은 네스토가 바로 그런 집이 아닐까 해요. 녹번동 주민들이 아주 '초큼' 부러웠습니다. '둥지'라는 의미를 담은 네스토가 지향하는 곳 또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편안한 술집이예요. 왠지 일본 영화 속 한장면인 듯 보이는 네스토 실내 풍경.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 프로그래머로 일하시던 사장님은 원래 요리에 취미가 좀 있으셨답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요리가 이제는 본업이 되셨대요. 취미로 하던 요리가 일로 바뀌니 힘들지 않으셨을까 생각했는데, 사장님 얼굴 표정을 보니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양한 ..
오랜 불황에 한참 '가성비'가 트렌드 키워드였죠. 최근에는 '가심비'가 뜨고 있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가성비의 선택 기준이었다면,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이 얼마나 큰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단군 이래..라고 하면 좀 과장이고, 88올림픽 이후로 쭈욱- 불황이라는 지인의 우스개가 정말이라고 치면, '가격'은 소비에서 무시하지 못할 부분입니다. 어차피 가격에 대비해서 평가하는 거라면, 가성비와 가심비, 둘 다 좋은 게 정말 좋은 것이겠죠. 안주는 푸짐해야 가성비가 좋은 거죠. 맛이 좋으면 가심비가 좋은거구요. 양만 많고 맛없으면 대략 난감. T-T 동네맛집 중에서도 가성비와 가심비를 둘 다 만족시키는 곳이 바로 네스토입니다. 매력적인 소스를 얹은 부드러운 연두부를 기본 안주로 주는 네스토의 클라..
해가 길어진 탓에 오후 다섯 시에도 대낮 같습니다. 네스토 대표님과 미팅을 잡은 시각이 오후 다섯 시였는데, 네스토는 오픈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오픈 시간이 여섯시라서 인터뷰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인터뷰어님과 함께 대표님들을 만나러 다니며 보통 인터뷰 시간을 한 시간쯤으로 책정했지만, 시간 맞춰 끝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왜냐, 사장님들 모두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형, 누나, 동생, 친구들이라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어요. 네스토 대표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네스토가 녹번동에 자리잡은지도 4년. 그동안 시행착오도 좀 있었지만, 대표님 표정이 무척 밝아서 나까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리가 재미있어서..." 라는 대표님.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래 보였습니다. 쉽게 우울해지는 성격인 나..
"오늘은 뭐 먹을래?" 라는 질문에 '아무거나'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아무거나 먹기 싫은 당신에게 일식 베이스의 이자까야 로랑을 추천합니다. 메뉴를 정하고 직접 요리를 해야하는 주부들에게나, 매일 같이 한 끼 정도는 밖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오늘 뭐 먹지?'는 즐거운 고민이기도, 답 안 나오는 고민이기도 하죠. 사시미나 해산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응암동 골목에 소담하게 자리잡은 로랑이 좋은 답이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로랑의 간결한 간판. 삼...삼각김밥 생각이 나는 건 아마 배가 고파서겠죠.이럴 때 로랑의 맛있는 사시미를 먹으면 좋을텐데. 우선, 로랑의 오너 셰프님께서는 매일 장을 봐서 싱싱한 재료들을 수급해오시거든요. 일단 재료가 신선해야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진..
일식 레스토랑 인터뷰 때마다 여쭤보는 질문 중 하나는 "셰프님 식당과 가장 비슷한 일본 드라마나 만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모든 일드와 만화를 다 섭렵한 건 아니지만, 대강의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개인적으로는 맛있는 음식이 잔뜩 나오는 새로운 콘텐츠를 알게 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일식을 베이스로 하는 이자까야, 로랑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특히, 한 쪽짜리 간단한 메뉴판 위에 '오마카세'라고 쓰인 메뉴를 보고서는 더 궁금했어요. '셰프에게 믿고 맡긴다'는 의미의 오마카세를 주문하려면, 셰프가 어떤 요리를 지향하는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음식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았거든요.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로랑의 메뉴판과 마음에 쏙 드는 그립..
그동안 '늙음'이 서서히 찾아오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어느 날 불쑥 찾아온다는 걸 올해 느꼈습니다. 젊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하고 있어서 나중에, 하며 미뤄뒀던 일이 많아요. 이제는 그것을 즐길 때인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 가게' 소개를 위해 소상공인 대표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너무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우는 것도 많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한 레스토랑 이미지 일식 외길 인생 10년이 넘었다는 로랑 대표님처럼 한 우물만 파는 사람들을 원래는 잘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들의 인생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왜 다른 가능성을 찾지 않느냐, 하는 것에 안타까웠던 기억인데요. 요즘들어 각 분야의 대표님들, 편하게 말하면 주위의 형, 누나, 친구를 만나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로랑..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곤 했습니다. 중학교 다닐 땐 병에 든 소스를 이용하긴 했지만 셀프 파스타도 해먹었던 터라 국적 불명의 일품요리를 만드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빵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베이커리 옆을 지나며 아~ 나도 이렇게 맛있는 빵을 굽고 싶다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머지 않아 시도를 해보았습니다만, 결과는 폭망. T-T 주방은 초토화가 된 데다, 설거지 거리가 산처럼 쌓였는데 먹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제일 황당했던 건, 뭐가 잘못되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레시피대로 다 했는데!!! 재료를 아무리 좋은 걸 준비해도 소용없다. 레시피대로 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은 곰손의 비애란. T-T..
나이가 들고, 아이가 생기면서 엄마와는 점점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요. 저희 모녀는 둘 다 빵도 좋아하고, 커피를 곁들여 달콤한 디저트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족 구성원 대다수가 커피를 물처럼 벌컥벌컥 마셔대는 헤비 드링커인걸로 모자라서, 엄마 친구분들께서 어디서 난 홍차들을 잔뜩 가져다주셔서 다양한 홍차를 즐기는 때도 많아요. 저희가 갔던 날은 클래스 때문에 카페를 열지 않으시는 날이라, 판매용 제품이 없어서 사장님 인스타에서 사진을 퍼왔어요. 예쁜 사진이 너무 많아서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는 보나스위츠 인스타는 요기: www.instagram.com/bonasweets 프렌치 마카롱, 당근 케이크 등 보나 스위츠의 여러 달콤한 디저트 중에서도 특히 엄마의 취향을 저격하는 메뉴는..
달달한 디저트에 진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시나요? 십 년쯤 전부터 달쓴 맛에 중독되어 여전히 그 맛을 즐기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서 누군가에게는 시원한 일터로, 어떤 사람에게는 데이트 장소로 활용되곤 합니다.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요즘 카페에 자주 들르는 편은 아닙니다. 뭔가 확실한 목적이 있을 때만 들르게 되는데, 보나스위츠는 그런 목적을 가지기에 충분한 카페였어요! 왜냐! 베이킹 클래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클래스 예약이 많아 월화는 아예 베이킹 클래스를 위한 날이 되었어요. 보나스위츠에서는 보다 나은 품질의 클래스를 위해 1:1지도는 물론, 한 번에 최대 네 사람까지만 수업하고 있습니다. 화요일, 베이킹 클래스 전용 요일에 ..